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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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라는 책 이름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당연하다. 사람이니까. 그것도 살아 있는 실존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깡패이면서 시인, 소비에트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돌, 맨해튼의 거지, 억만장자의 집사, 공산주의 붕괴 이후 혼란기에 청년 무법자들의 당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늙은 보스. 그를 가리키는 말이 하도 많아서 도대체 진정으로 이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

 

이 책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다. 먼저 이 책을 쓰게 된 대상인 리모노프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재미. 리모노프의 본명은 에두아르드 베니아미노비치 사벤코이지만 어느 날 시인의 삶을 살기 위해 41서점에 모인 사람들과 재미삼아 만든 이름이 에드 리모노프이다. 리모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일반인의 생각을 넘어선 모습을 보인다. 깡패이면서 시를 쓰는 그의 모습. 서로 이질적인 모습이지만 또 그게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아마 러시아에서는 시인들이 대중 가수만큼 인기를 누린다는 사리에 바탕으로 한 고정관념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리모노프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를 드러내는 말 중에 늙은 정신병원 의사의 말이 가장 그를 정확하게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다.

 

자넨 정신병자가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을 뿐이지” (p.82)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관점. 책 속 곳곳에 담긴 저자 카레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왠지 모르게 리모노프와 카레르는 다른 듯 하지만 또한 비슷한 인생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여타의 소설과는 다르게 카레르의 생각이 너무 솔직하게 담겨 있어서 이게 소설인지 아니면 카레르의 기록물인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관점. 역사, 특히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해체되어버린 소련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흥미로움이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스탈린을 그리워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왜 일어나는 걸까?

 

남녀 인민들을 향해 그는 <동지들>이라고 하지 않았다, <동무들>이라고 했다. <동무들>. 이 소박하고도 친숙한 단어, 그동안 뜨거움을 잊고 지냈던 이 단어, 이 한 마디가 환란 속에서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져 주었고, 처칠과 드골의 연설이 우리에게 그랬듯 러시아인들의 가슴에 아로새겼다.(p.52)

 

이처럼 소련의 역사, 러시아인의 삶과 생각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찾아보며 역사적 사실들을 배우는 재미도 적지 않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삶, 새로운 역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이 책에 담겨있다. 구정, 새해를 시작하는 시기에 한 번 읽어보기에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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