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꿈을 품고 찾아오는 나라가 되었다. 이는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느덧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땅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불법체류자, 좀 더 넓게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다. 그 중에서 프랑스가 처한 사회적 단면은 얼마 전에 읽은 <죽을 줄 몰랐어>라는 책에서 어느 정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죽을 줄 몰랐어>는 프랑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로 아랍계 이주민들의 모습을 다룬 책이다. 반면에 이번에 읽은 <웰컴 삼바>10년 간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체류증 문제로 프랑스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삼바(춤 이름이 아니라 사람 이름이다)의 이야기이다.

 

사실 불법 체류자들의 상황이 어떤지 평상시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들도 우리처럼 누군가의 아들이자, 오빠이고, 남편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완전히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이 느꼈을 고통과 외로움이 절절히 다가왔다. 특히, 삼바의 삼촌 라무나가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삼바가 느꼈던 감정이 나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그는 그곳에서 그에게 목소리와 이름이 있다는 것을, 그가 생각하고,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그는 미쳐 버리거나 거지가 되고 말 것이다..... 삼촌이 없으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었다.(P.121)

 

아무도 그 존재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살아있지만 그 어떤 사람에게도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다. 삼바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 삼바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삼촌 라무나가 없다면? 그 생각을 하니 나 역시 소름끼치게 두려웠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도, 내 말을 듣지도 않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갈 자신이 내게는 전혀 없다.

 

삼바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어쩌면 이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나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진다. 과연 나는 어떻게,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영화로도 개봉된 이 책은 <죽을 줄 몰랐어>와는 그 분위기 사뭇 다르다. 후자가 침울하고 슬프고 아픔으로 얼룩진 겨울 같은 느낌이라면 이 책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따뜻하고 화사한 봄볕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이다. 우리네 삶에도, 또한 그들의 삶에도 얼마 남지 않은 봄날의 따뜻함이 함께 하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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