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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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능력자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어떻게 이런 게 안 보일 수가 있지?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바로 보일 텐데. 아니, 내가 능력자라서 그런가. 내게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데. 평형수만 조금 빼도 얼마나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데 어떻게 그런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능력자다().

사람들은 참 아껴 쓸 줄을 몰라,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쯧쯧.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부자로 살았다고. 뭐든 아껴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고 해야지 말이야. 아무리 낡았어도 이리 저리 땜빵하고 개조하고 증축해서 활용하는 나처럼 말이야.

 

나는 능력자다().

멀리서 나를 구하러 오는 해경의 구조선 소리가 들린다. 얼른 나가야겠다. 다른 사람들도 구조선이 오는 소리를 들었겠지. 못 들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들을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태어난 걸 탓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다 타고난 지 복인데.

 

나는 능력자다().

말만 했다 하면 모든 사람들이 내 말을 철썩 같이 믿는다.  우찌 그리 잘 믿던지. 이번에도 그랬다.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그저 그 말 한 마디면 되었다. ,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서 또 다시 내 능력을 발휘하면 되겠지. 지들이 어쩌겠어. 안 넘어가고 배기겠어.

 

나도 능력자일까?

숨바꼭질을 잘하는 것도 능력일까요?

 

그 밖의 능력자들

수많은 사람들이 회한의 눈물을 흐릴 때 웃으며 포즈를 취할 수 있는 능력자.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지켜만 볼 수 있는 능력자.

누가 말해주면 그대로 똑 같이 다시 말 할 수 있는 능력자.

 

이런 능력자들이 이끌어가는 이 나라를 눈 먼 자들의 국가라고 하다니

당신 미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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