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뉴엘 1 - 육체에 눈뜨다 에디션 D(desire) 7
엠마뉴엘 아산 지음, 문영훈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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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과 예술을 나누는 경계선은 어떤 것일까? 명확한 구분선은 없는 것 같다. 시선을 살짝만 틀어서 보면 외설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외설로 보이기도 하지 않는가 싶다. 그런 점에서 <엠마뉴엘>은 외설과 예술의 경계선에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1974년 개봉된 엠마뉴엘 시리즈는 학창 시절 수많은 학생들을 유혹한 영화이다. 몰래 본 친구들도 적지 않았고. 나도 어떤 내용인가 상당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또한 학생이라는 신분이었기에 결국 영화를 보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엠마뉴엘이라는 영화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엠마뉴엘이 영화 이전에 책으로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엠마뉴엘을 에로 영화로 기억하고 있던 내게 원작이 있다는 얘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거기에다 외설 작품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소개하는 글을 읽고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책을 펼치고 읽어 보았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파리에서 태국 방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진 두 남자와의 정사. 이런 설정은 포르노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더 큰 충격은 함께 탄 아이들에게 정사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엠마뉴엘의 태도이다.

 

유교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크리스천으로서 성적인 면에 극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도 인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정사 장면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적나라한 것도 그렇고 엠마뉴엘이나 그녀의 남편 장 등 등장인물들의 생각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엠마뉴엘의 태도에서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여, 페미니즘적인 사상도 작품 속에 녹아내려 있음도 사실이다. 또한 자유주의적인, 상대방을 구속하지 않으려는 장의 사상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혹은 성이라는 어두운 골방에 갇혀 있던 우리의 기본 감정을 세상으로 이끌어낸 선구자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미에 대한 마리오의 견해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주장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것은, 부인이 있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부인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고,”(p.364)

 

어떻게 보면 각 사람에게 담겨 있는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듯한 주장에는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느 정도 적절한 주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기에는 조금 내 기준을 넘어선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눈을 조금만 돌려 작품을 한 번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억눌려있던 우리의 감정이, 자유가 조금은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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