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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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말 그대로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보니 조금은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렇기도 하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의 나이에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1956년에 사망할 때까지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과 교수로 근무한다. 스토너의 삶은 그렇게 굴곡이 넘치는 인생이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단조로운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삶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영문학의 즐거움에 빠져 가업인 농사 대신 영문학과 강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다 리셉션에 만난 이디스를 첫 눈에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직장에서도 평탄하지 않다. 직장 동료인 로맥스와는 그의 제자인 워커로 인해 결국 평생토록 서로 반목하는 사이가 되고 만다. 어디 이뿐인가? 아내 이디스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진다.

 

이렇게 보면 스토너의 삶은 완전히 패배자의 삶이다. 스토너의 모습도 그렇다. 아내 이디스가 드러나게 스토너를 무시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로맥스를 대하는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토너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사는 은둔자 같은 모습을 보인다. 너무 답답해서 내가 달려가 그를 대신해 이디스와도, 로맥스와도, 한바탕 드잡이 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스토너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혹은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느끼는 삶의 부조리에 큰 소리 한 번 내지도 못한 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렇지만 스토너의 인생은 실패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문학이라는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다. 그런 그가 실패자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는 오히려 한순간도 승리의 길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던 참된 승리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게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에서 참 안타깝다고 느낀 인물은 스토너의 딸 그레이스이다. 부모의 관계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희생양이 되어 어머니인 이디스라는 감옥에 갇혀 살 수밖에 없었던, 그 감옥에서 탈출하고자 자신의 삶을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그레이스. 아마 그녀는 늘 가슴 한견에 아픔을 지니고 살았을 것이다. 그 삶이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다.

 

스토너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의 인생은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계속해서 내 길을 가라고 독려해주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2015년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스토너, 그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의 삶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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