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 개정증보판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
유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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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내게 새롭게 다가온 역사적 인물이 있다. 바로 서애 류성룡이다. 예전에도 류성룡에 대해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눈에 들어올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의 뛰어난 점이라고 한다면 이순신이라는 명장을 알아보고 조정에 천거하여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전쟁을 대비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징비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제 36년이 치욕의 역사인 만큼 임진왜란도 우리에게는 치욕의 역사이다. 그렇기에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다.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되새겨 이를 교훈으로 삼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마음이 바로 그러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자신이 겪은 환란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조정과 관리들은 어떠했는지, 임금을 향한 백성들의 원망은 어떠했는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징비록은 상.하 두권과 <녹후잡기>, <근포집> 두 권, <진사록> 아홉 권, <군문등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해문집에서 김홍식님이 옮긴 <징비록>은 징비록 상.하 두권과 <녹후잡기>로 이뤄진 판본을 번역한 것이다. 또한 마지막 장에는 유성룡 종군의 기록을 추가하였는데, 이는 <서애집>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시기별로 중요한 부분을 역자가 요약, 정리하고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징비록을 읽으면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조금만 준비가 되어있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 제대로 볼 수만 있었다면, 조금만 자신이나 당파가 아니라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했다면, 관리들과 장수들이 조금만 더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면 임진왜란이라는 치욕스런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장면 중의 하나는 이일이 상주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 적군이 다가온 사실을 알리려고 온 개성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자, 그 사람은 자신을 다음날 아침까지 가두어 놓고 적이 오는지 기다려보자고 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적이 오지 않자 이일은 민심을 현혹한다는 이유로 이 사람을 처형하는데, 이때 적군은 이일이 있는 곳에서 2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문제는 실제로 적의 척후병이 온 것을 본 사람들도 이 일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결국 적군에게 패해 이일은 알몸으로 달아나는 수모를 당한다는 것이다.

 

장수라면 당연히 그 사람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었다. 20, 8킬로라는 거리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새벽녘에 사람을 보내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기본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징비록은 류성룡이라는 개인의 사적 기록이기에 대화체도 많고 전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전쟁 한 가운데에 선조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은 각주나 그림, 사진 등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역사를 담은 징비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이 땅의 위정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우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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