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는 사형제도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여전히 수많은 나라에서 논쟁의 주제가 되는 민감한 사안이 바로 사형제도이다.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나름의 타당한 이유들이 있기에 선뜻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없는 사안 중의 하나가 사형제도가 아닐까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사형제도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도대체 히가시노 게이고의 끝은 어디쯤일까? 올해 출판된 그의 작품 수도 적지 않은데(물론 예전에 출판된 작품을 우리나라에서만 올해 출판한 작품도 있지만), 작품의 광범위한 주제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창작세계는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는 사형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딸 마나미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후 서로를 보면 딸 마나미가 생각나 더 이상 부부생활을 할 수 없었던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결국 이혼을 하고 만다. 회사를 그만두고 반려동물 장례사로 생활하던 나카하라은 그의 전부인 사요코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장례식을 찾았던 나카하라는 최근까지 사요코가 도벽증 환자들을 취재하고 있었다. 사요코를 살해한 용의자는 돈을 갈취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기독교인이다 보니 십자가하면 먼저 예수님이 떠오른다. 우리의 죄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 하지만 십자가는 단순히 예수님의 죽음만을 말하지 않는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죽음 이후에 이루어진 부활을 이야기한다. 십자가는 새 생명을 말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십자가가 공허하다고 말한다(물론 저자는 자기 죄에 대한 무게를 십자가로 표현했지만). 결국 공허한 십자가란 새 생명의 신비(죄사함)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새 생명의 신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과정을 거치듯이 자신의 죄에 대한 진정한 사죄, 속죄가 있지 않다면 사형이라는 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형 폐지의 폭력, 사형의 무력함을 얘기한다. 모두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진 말이다. 하지만 이 두 의견을 조금 더 살펴보면 그 토대가 같지 않나 싶다. 두 의견 모두 범죄자가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자가 사형을 받는다고 유가족이 그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진심어린 사죄가 없다면 사형이라는 제도는 결국 공허한 십자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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