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격 -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일상인문학 3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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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모두가 그렇게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무척 다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상대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 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상대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무시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철옹성이어야 하는데 어떤 이에게는 너무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은 이렇게 무너져 내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문학 작품, 일상의 모습 속에 담긴 존엄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절절히 가슴 깊이 다가와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냥 읽고 넘어가기가 아쉽다.

 

존엄성에 상처 입는 상황은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수치심을 느낄 때, 굴욕감에 빠져들 때 등 존엄성은 여러 상황들과 관련이 있다. 그 중에서도 존엄성이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쉬울 때는 돈과 관련이 있을 때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신용이 좋은 사람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기존에 대출 받은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신용 등급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가까운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많다. 돈을 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돈을 빌려주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잠시 내 얘기를 듣는 척 하더니, 대뜸 넌 왜 만날 때마다 돈 이야기만 하냐? 돼도 안 되는 것 그만둬라. 이런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술은 내가 살게라고 하였다. 순간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그 친구랑 한 번도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저자의 이야기처럼 굴욕감과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그때 나는 인격적으로 모독을 받았다는 느낌, 내 존엄성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존엄성을 짓밟는 경우가 많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의도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의 존엄성을, 또한 상대방의 존엄성을 세워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자아 성찰을 통한 열린 마음과 상대방을 대하는 진정성,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타인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당신, 우리가 서로의 존엄성을 높여주는 관계, 우리의 삶의 격이 높아지는 사회, 모두가 바라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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