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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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들어서면서 나도 옳고, 당신도 옳고, 우리 모두가 옳다라는 사상이 널리 퍼졌다. 다원주의라고도 하는 이런 시대적 사조가 과연 옳은지는 사실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내 기준과 판단으로 분명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라는 이런 사조를 주장한 사람은 현대뿐 아니라 오랜 전에 이미 존재했다. 바로 장자이다. 장자라고 하면 도가 사상이 먼저 떠올라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사상을 설파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장자는 내편과 외편, 잡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내편은 장자가 직접 쓴 것이지만 외편과 잡편은 제자들이 쓴 위작으로 간주된다. 장자는 65천 자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의 저작이다. 그렇기에 이를 다 읽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장자의 한 대목을 뽑아 출전 편명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인용한 장자의 내용을 해설 할 때 단순히 원전 해석에 치중하지 않고 서양역사 속의 철학이나 이야기들과 비교하여 좀 더 명확하게 장자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은 후 머릿속에 그려진 장자의 이미지는 자유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기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 무위라는 의미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자유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에 얽매인 채 자신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일에 집중해 안달복달하며 산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이다. 장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에는 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억지로 무언가 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장자가 사회를 벗어나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는 도사가 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자신의 본성을 찾고, 타인의 본성을 존중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라고 말한다. 무위와 다름. 이 두 가지를 갖추라고 장자는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장자를 읽고 나서도 여전히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말에는 선뜻 공감이 되질 않는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 절대 진리를 배제하더라도 과연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할 삶이 없을까? 분명하게 드러나는 악한 삶은 없을까? 여전히 갸우뚱하다.

 

장자, 멀리 떨어져 있던 그가 다가와 던져준 화두는 단순히 책 속 이야기 아니었다.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살아있는 삶의 기술이자, 모두가 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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