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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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제목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이다. 책의 제목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라는 발음이 더 원어에 가깝고, ‘Leiden’이라는 독일어의 의미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기에 단순한 슬픔보다는 고뇌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 해 들어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고전이라고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은 책을 읽을 때마다(그 시간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선 읽기에서 느낀 감흥이 여전히 남아있는 순간임에도) 또 다른 여운과 생각을 던져준다는 것이다.

 

베르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랑의 아픔에 빠져 결국 자살에 이른 너무나 낭만적인(어찌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베르터를 모방해 자살한 사람들이 많아 그 후 유명인의 자살이 다른 이들의 모방적 자살을 부추기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자살에 이를 정도의 너무나도 열정적인 사랑이다. 특히 그 사랑의 대상이 금단의 열매처럼 약혼자가 있는 이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다가온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도대체 너는 이 집에서 어떤 존재인가! [중략] 너의 상실로 인해 운명에 파인 상처를 그들이 과연 얼마 동안이나 느낄까? 과연 얼마 동안이나? 아아, 인간이란 이처럼 허망한 존재라네.(p.163)

 

살다보니 내가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고 나를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한때 내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던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잊은 채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꿈결 클래식으로 나온 작품들을 모두 읽었다. 본문 이외의 일러스트, 주석, 해제로 구성된 꿈결 클래식은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일러스트가 있어서 상상력이 반감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일러스트를 보며 더 깊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작품과 작품 속 인물들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진 베르터에 동화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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