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어쩜 그렇게 책 내용과 잘 어울리는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철학자들이 좋아하는 철학자들을 추려 그들의 사상을 맛보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책에 실린 대담은 팟캐스트에서 구두로 진행된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각 대담의 내용은 그렇게 길지 않다. 오히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을 만한 분량이다. 그렇기에 27가지 맛난 음식을 차려놓은 한정식 집에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맛깔난 음식을 한 입 베어 물고 그 깊은 맛을 음미하듯이 이들의 깊은 사상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철학자들이 뽑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예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뽑은 인물들 중에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들도 많았고,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철학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가 가장 많은 표를 얻기도 하였다.

 

27장으로 이루어진 각 대담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각 대담이 다루는 내용이 각 철학자나 사상의 핵심 사유를 설명한 것이기에 서로 간의 연결 고리는 그렇게 높지 않다. 그렇기에 나 역시 순서대로 읽지 않고 가장 많은 철학자들이 좋아한다고 뽑은 데이비드 흄에 관한 대담부터 읽어나갔다.

 

선택이 좋았던 걸까? 아무리 짧은 분량이라도 위대한 철학자의 핵심적 사고를 설명한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어려움을 예상하고 읽었는데 당구공이 부딪치는 사례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들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였기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미래를 판단하는 인간을 동물계의 일원으로 본 데이브드 흄의 생각이 18세기에 얼마나 급진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각 철학자와 그의 생각을 대담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다른 무엇보다 책을 읽은 후에 이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모든 이들은 아니지만 어떤 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보고 싶어졌다. 고맙게도 나와 같은 독자를 예상하고 책 말미에서 더 읽으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짧고 굵게를 외치는 사람들을 철학의 향연으로 이끌만한 단단한 구성의 책, 바로 <철학 한입 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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