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역사학자 홉스봄이 바라본 재즈의 삶과 죽음
에릭 홉스봄 지음, 황덕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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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친구가 데리고 간 이태원 어느 재즈 카페. 그때 나는 처음으로 재즈를 접했다. 자그마한 카페 안에 자욱하게 깔린 담배 연기. 때로는 몽환적으로 흐느적거리고 때로는 온 몸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신나는 연주. 달콤한 한 잔의 속삭임 속에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적인 일로 너무나 힘들어 하던 내게 재즈는 아픔을 보듬어주는 치유제였다.

 

재즈란 어떤 음악일까? 누군가는 클래식으로 가는 대중음악의 마지막 교두보라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재즈는 클래식으로 가기 위한 음악이 아니다. 재즈,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예술이다. 유럽으로 간 재즈는 단순한 실용음악이 아니라 진지한 감상음악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 재즈를 받아들인 계층과 의미는 달랐지만 재즈는 사교 음악으로써도, 하나의 예술로써도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재즈는 비범한 음악이다.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책의 제목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을까? 역사학자 홉스봄은 시드니 베셰,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빌리 홀리데이라는 4명의 재즈 거장들을 소개한다. 언뜻 보면 이들은 뚜렷한 능력을 드러내어 천재라고 불릴만한 존재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그들만의 능력을 가진 또 다른 천재들이다. 베이시의 경우를 보자.

 

베이시는 템포를 벗어나 비트를 넣는데 탁월했고 지금도 그렇다. (p.84)

 

편곡의 원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그 곡은 가차 없는 발췌와 조각을 통해 베이시 버전으로 만들어졌다.(p.86)

 

듣는다는 것은 그의 본질적인 능력이었다.(p.87)

 

 

베이시는 연주자들의 연주들 듣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존재였다. 쉬워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창작의 과정이다. 이런 능력이 말 그대로 타고난다.

 

이 책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또한 재즈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재즈와 재즈 연주자의 모습이기에, 보다 객관적으로 설명된 재즈 평가서가 아닌가 싶다.

 

다만, 조금 더 다듬어진 번역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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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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