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모닝스
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돌연한 사망 소식에 가슴 아파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그의 노래와 함께 성장하였기에 그의 죽음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동료 가수들이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유족들과의 협의 끝에 부검을 실시했다. 그리고 발견된 천공 두 곳. 이는 의사의 과실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일까? 아니면?

 

의료 사고가 생기면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한다. 의사 한 사람과의 문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병원이라는 커다란 조직과의 싸움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료 과실의 당사자인 의사는 과연 그 마음이 어떨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받고 싶어 하지 않을까? 아니면 창창한 자신의 앞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오리발을 내밀고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까?

 

의사들도 결국은 사람이다.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실수를 통해 더 성장하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더 완벽해진다. 하지만 이런 실수를 대외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자신들의 세계에서는 반성과 질책을 용납하지만 다른 세계에 속한 이들에게 자신들의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종합병원 첼시 제너럴에서 월요일 아침 비공개로 열리는 먼데이 모닝스가 바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들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회의이다.

 

첼시 제너럴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보면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형과 동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의사가 된 타이 윌슨의 모습은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자신의 실수로 사망하게 된 퀸 맥대니얼. 그로 인해 끝없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채 수술을 기피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외과 과장 하딩 후튼은 어떤가? 냉정하고 침착한 완벽주의자인 그도 기부금 유치를 생각하다 그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결국 예상보다 빨리 병원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들은 쓰러진 채 주저앉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사례를 통해 후배 의사들이 더욱 꼼꼼해지기를 바라는 하딩의 마음이나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더 나은 의사가 되도록 계속 정진하고자 하는 타이의 모습에 독자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 그렇기에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못한다. 그런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생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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