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갔는데 어느 순간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혀 다른 도시인 여수에 도착했을 때 받는 느낌이 이럴까?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 사뭇 당황스럽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흥분된다.

 

후기에서 밝히듯이, 저자는 이 소설이 <트윈픽스>를 보고 받은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서 20년간 다듬고 다듬어낸 작품이라고 말한다. 후기를 읽고 나니 책을 보며 내가 받은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온다. 1990년대 초반에 방영했던 트윈픽스는 그 기괴함과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잊히지 않는 미드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트윈픽스의 아류작 같다는 말은 아니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이 책은 트윈픽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성의 등장하며 이야기의 문이 열린다.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던 미연방수사국 비밀 요원 에단은 자신이 웨이워드파인즈에서 두 명의 동료가 사라진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왔다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신분증과 소지품을 모두 잃어버린 에단은 웨이워드파인즈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왠지 모를 공포감과 함께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카페 여종업원인 베벌리가 자신의 집이라며 알려준 곳으로 그녀를 찾으러 간 에단은 그곳에서 사라진 동료의 시신을 발견한다. 연방 요원이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너무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보안관, 자신을 망상증 환자로 몰아가는 젠킨스 박사 등 모든 상황이 에단을 혼란스럽게만 만드는데...

 

사라진 두 명의 동료. 그 중 한 명은 시체로 발견된다. 하지만 보안관은 오히려 에단을 범인이 아니냐는 듯이 다그친다. 무언가 이상스러운 공포감에 휩싸인 에단이 마을을 떠나고자 그의 뒤를 쫓는 온 마을 사람들, 아니 어린 아이들마저도 그를 뒤쫓아 온다.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물을 넘어 이상한 광기로 뒤덮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간다.

 

에단이 끊임없이 느끼는 공포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상황에서 그가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의 시간이 뒤엉킨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마지막 장면을 읽기 전까지 알아차릴 수 없다(정말 뛰어난 독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엉뚱한 결말 같기도 하지만 트윈픽스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그 감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이 작가가 구상하는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면.

 

예전에 모든 불을 끄고 트윈픽스를 보며 느꼈던 오싹함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휘감아들었던 정말 멋들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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