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의 생각
이이화 지음 / 교유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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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이나 불 또는 호랑이보다 더 두려운 존재이다”(p.122)

 

우리는 모두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을 바란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고 존중할 줄 아는 지도자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지도자를 찾아보긴 어렵다. 아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백성을 호구로만 여기는 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보니 이런 생각을 가진 자의 목소리는 어딘가에 파묻혀 버리고 만다.

 

위 글은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호민론>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민중을 근본으로 한 민중의 복리를 자신의 정치적 목표로 설정했다. 조선 시대에 이런 사상을 가진 학자가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 그저 홍길동의 저자라고만 여겼기에 더욱 그러했다.

 

허균은 민본 정치를 위해 실제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그는 관람원다(官濫員多)’라고 말하며 정부의 폐단을 꼬집는다. 관람원다, 정부기구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쓸데없는 관원이 많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저 조선시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정부조직들과 그 조직들이 행하는 일들을 보면 허균의 질타가 떠오른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 하나 처리하려고 해도 이리 가라, 저리 가라하면서 정작 책임지는 이가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면 울화통이 절로 터져 나온다.

 

허균은 또한 당쟁의 폐해와 붕당에 대해 말한다. 그는 <소인론>에서 붕당을 음붕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표현하는데, 음붕은 개인의 이익을 탐하는 자들이 파당을 짓고 떼거리로 남을 배척하고, 자기 파당이 아니면 무턱대고 배척하고 자기 파당이면 어떤 잘못이 있더라고 옳다고 편든다고 한다. 그렇기에 소인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해독보다 더 큰 해독을 끼친다고 말한다.

 

음붕의 폐해, 이도 역시 조선시대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정치 집단에 한하는 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패거리를 지어 자신의 패거리가 아니면 사장시켜버리는 행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 행태가 비리와 뒷거래로 이어진다. 이런 행태에 휘말려 인재가 등용되지 못한다.

 

허균은 소설과 시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고발하고 이에 저항한다. 서얼 차별 철폐, 가난한 백성의 구제, 탐관오리 응징 등 그가 가진 개혁적 사고를 보여준다. 그는 홍길동전이라는 작품을 통해 백성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였다.

 

허균은 백성과 함께 하며 백성을 사랑한 시대의 선각자였다. 시대의 사명을 깨달아 사회의 부조리에 도전한다는 호민, 허균 그가 바로 진정한 호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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