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변증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전의우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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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회개의 기도가 절로 터져 나왔다. 나의 교만이 얼마나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얼마나 넘쳐흐르고 있었는지, 참으로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기독교 변증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마 믿지 않는 친구들 혹은 믿다가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다 말문이 막히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된 변증 방법을 배워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서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게 이끌어주는 방법의 일환이 변증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렇게 준비하면 다른 사람들을 회개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교만한 마음인지.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한다. 저자는 나다니엘을 예수님께 이끈 빌립을 예로 든다.

 

빌립은 예수님을 위해 논쟁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을 예수께로 향하게 한다. (p.74)

 

그렇다. 우리의 할 일은 그저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향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그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회개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영역에 속한 일이다.

 

저자는 또한 변증과 전도의 차이를 말하며 변증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변증이 대화라면 전도는 초대라고 말하면서 변증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초대하는 전도에까지 이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내 마음속 깊이 다가온 구절이 있었다.

 

우리는 청중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p.31)

 

우리는 기독교 복음의 깊은 매력을 우리 문화가 이해할 법한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해 제시하고 설명해내야 한다. (p.31)

 

복음은 수용자 중심으로 선포되어야 한다.(p.97)

 

우리는 기독교 신앙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너무 성급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변증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여러 책을 보면서 차곡차곡 나만의 이론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친구와 논쟁이 벌어졌다. 서로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갔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그 친구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기독교 신앙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다툼만이 남았다. 돌아보니 나는 내 생각에 옳다고 생각한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말했을 뿐이다. 친구는 그런 말에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상처만 입었다.

 

진리를 전한다는 사명감에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말씀을 왜곡하거나 모든 것이 옳다고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상대방이 기독교에 관심을 가진다면 어떤 상황(혼자라는 외로움,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 등)에 처해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오해만 쌓일 뿐이다.

 

이 책이 기독교 변증의 모든 부분을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입문서에 가까워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기본으로 우리는 우리만의 변증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믿음의 여정에 동행하시고 힘을 주신다는 사실을 믿고 따르는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님의 다시 오실 그날을 기대하고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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