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보이스 -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제용 옮김, 곽수종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현실에는 1세컨드(1) 위에 1밀리 세컨드. 1밀리 세컨드 위에 1나노 세컨드가 있다. 이런 시간 단위가 도대체 왜 필요하지라고 묻는 사람이라면 월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뒤통수를 맞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탐하는 악한 자들과 이를 지키려는 정의의 사도들. 어떤 이들은 책에서 표현했듯이, 세상을 탐하는 자들로부터 정의를 지키려는 브래드를 월가의 로빈후드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들의 싸움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싸움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게 현실이다. 월가와는 전혀 관계없이 사는 나에게는 더욱 더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물론 재테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타매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단타매매로 적지 않은 돈을 운용하면서 장이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거래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얼마 전에 만나서 들어보니 단타매매로 버는 돈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이들은 눈이 벌게지도록 모니터를 바라보며 주식 매매를 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악당들이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High-Frequency Traders/HFT),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이 단어가 미국의 월가를 조작하는 악당들이다. 어떻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걸까?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책을 읽어가며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단타매매가 가능한 이유는 한 마디로 투자자가 낸 주식 매도 혹은 매수 주문이 각 거래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월가에는 증권거래소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거래소들이 존재하다보니 거래자의 주식 주문이 물리적 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각 거래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이 미세한 시간 차이(앞서 말한 밀리세컨드, 나노세컨드)로 인해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단가를 먼저 확인하고 선행 매매를 진행하여 높은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공평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나 불공평한, 아니 불공평함을 넘어선 악의적 거래를 발견한 이들이 이런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토르라는 프로그램의 개발, 공정 거래를 위한 신설 거래소(IEX)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들 약탈자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물론 이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진실을 밝혀 공정, 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이들이 단순히 월가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브래드와 같은 이들이 활약하고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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