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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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 <오후 네 시>를 읽고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떨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번에 나온 작품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을 읽기 전에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를 찾아서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원작과는 달리 노통브의 손을 거친 작품은 어떤 모습과 색깔을 가질지 궁금해서였다.

 

, 이렇게 작품이 바뀔 수 있구나,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탄생한 푸른 수염에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작가 특유의 비꼬는 듯 냉소적인 유머와 위트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녹아내린 채 독자들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마법을 펼쳐낸다.

 

사실 8명의 여자를 살해한 돈 엘레미리오와 살인자인줄 알면서도 그와 함께 하는 사튀르닌, 둘 모두 알쏭달쏭한 존재들이다. 자신이 살해한 8명의 여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9번째로 동거하기로 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살인마인줄 알면서도 함께 동거하며 그가 저지른 살인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 여자. 이 책의 한 부분은 분명히 이 둘의 사랑을 그려낸 것인데,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랑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나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랑은 믿음의 문제요. 사랑은 존중을 전제로 하오. (p.79)

 

그렇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존중은 사랑의 기본 전제 조건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에 자기중심적이고 억압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틀린 사랑. 그 밑바닥엔 믿음 대신 불신이 존중 대신 경멸이 도사리고 있다.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또 하나는 금기이다. 돈 엘레미리오는 9명의 여자들에게 단 하나의 조건만을 말한다. 암실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하지만 8명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렇듯 금기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인가 보다.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든 기어이 하고 마는.

 

아멜리 노통브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 다음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그려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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