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 너무 궁금해서 찾아봤다. 순정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순정 :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pure love).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책에서 느낀 감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서수철 할아버지와 오순덕 할머니의 평생을 이어온 사랑, 순정. 영혼으로 이어진 그들의 삶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먹먹하고 애잔한 색상으로 물들이고 말았다. 나라면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사랑, 순정에.

 

두 사람의 사랑이 따뜻함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면 일으킬수록 또 한편에서는 눌러도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슬픔, 분노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사람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던 일제의 만행은 아무리 용서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아니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를 구하는 자가 없으니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 일본의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보이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분노했던 것은 우리의 역사를 잊어버린 바로 내 모습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하고 힘들었던 삶, 그 삶을 후세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참한 마음으로 알려주었던가? 소록도, 그저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시킨 지역으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아름다운 장소로만 생각했던 그 곳.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일제의 핍박 속에서 실험도구로 사라져 갔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다. 이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책 제목, 그 날은 언제일까?

일제 강점기 하의 그 날, 수많은 우리의 선조들이 아픔으로 뒤덮인 채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날, 고통 가운데서도 우리의 슬픈 역사를 알리고자 했던 매일 매일의 그 날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서수철 할아버지와 오순덕 할머니가 다시 만나는 그 날,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지는 그 날, 선조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어린 삶을 모든 후손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 날을 말하는 걸까?

 

욕봤다” “욕봤소


아마 내 평생에 결코 잊지 못할 단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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