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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평점 :
일단 60년이라는 집필 기간만 생각해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간 동안 똘스또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장편 소설을 제외하고 중.단편 소설만 50여 편을 썼단다. 짧은 에세이나 논문 하나 쓰는 것도 힘에 부치는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뭐라고 표현하기조차 힘들다.
이 책에는 똘스또이의 중단편 소설 중 13편을 선정해서 모아놓았다. 시기별로 똘스또이의 사상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13편 중에는 예전에 이미 읽어본 소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13편 모두가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다가왔지만 그래도 눈에 들어왔던 작품은 전쟁의 모습을 그린 초기 작품보다 종교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사랑을 강조한 후기 작품들로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세 작품 모두 그 주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아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기에 예전에 이미 읽었었지만 이번에 다시 읽을 때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에 반해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번에 처음 읽은 소설이었지만 소설이 주는 감동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들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악쇼노프처럼 내게 해를 입힌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의 삶도 힘든데 어미가 죽은 이웃집 아이들을 선뜻 데려온 잔나와 같은 사랑이 있는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는 당연한 사랑을 제외한다면 사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대가 각박하다고 말을 하지만 그런 시대를 만드는 게 바로 내 자신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전쟁의 모습을 그린 <세바스또뽈 이야기>도 상당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안내인과 함께 병실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법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또한 말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홀스또메르>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똘스또이의 작품 세계를 시대별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똘스또이라는 대문호를 이 책 하나만으로 전부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전쟁, 죽음, 사랑, 종교 등 똘스또이의 사상과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흐름의 밑그림이라도 그리고자 하는 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