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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 조광우 장편소설
조광우 지음 / 아르테미스 / 2014년 7월
평점 :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심상치 않다. 아시아의 군주로 군림하고 싶어 하는 듯한 중국의 행보나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움직임, 또한 미국의 후원을 등에 업고 미친놈처럼 우경화의 길로 나아가는 일본의 모습.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에 이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더 미운 놈은 있는 것 같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행보가 더 미울 수밖에 없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자중하고 또 자중해야 함에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질 않나, 수상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라는 자들이 거리낌 없이 신사 참배를 하지 않나, 두 눈 시퍼렇게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앞에서는 공손하지만 뒤로 돌아서서는 음흉한 음모를 꾸미는 일본 우익 집단(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의 만행이 또 다시 벌어졌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조광우의 <19호>에 나오는 소설 속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2011년에 있었던 ‘원정녀 몰래카메라’ 사건을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다.
‘원정녀 몰래카메라’의 피해자인 송소희가 원정녀 몰카를 유포한 사토시의 처벌을 요구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지만 일본 경찰은 미적대며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러던 중 나가노현의 야산에서 성기가 잘린 채 죽어 있는 사토시가 발견된다. 일본 경찰이 몰카 사건으로 사토시를 고소한 이현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여 그녀를 뒤쫓는다. 그 때 한국인 여성들의 불법 취업을 알선했던 다이치가 성기가 잘린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나가노현의 유우키 반장과 도쿄경시청의 스즈란은 합동 수사본부를 세워 범인 검거에 나선다. 한편 니혼일심회의 하야시와 검찰수사관 슈이치는 경찰보다 먼저 이현정을 찾아 죽일 계획을 세우는데....
이 책에는 지도자의 이념과 사상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어리석은 일본 우익 인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국가적 차원의 이익을 앞세워 진실을 덮어버리는 추악한 일본 경찰의 모습도 담겨있다. 이 모든 게 허구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배 수상의 행보는 이 책에서 우려하는 어리석은 일본 지도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일본 우익단체들의 모습도 니혼일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과 일본은 좋든 싫든 앞으로도 이웃나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극단적인 일본 우익 단체들도 있지만 선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 또한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반성과 용서를 토대로 두 나라 사이에 동반자적인 관계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