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심장 박동을 읽는 기술>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왠지 모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 제목이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거나 비유적인 표현일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설 속 주인공 틴 윈에게는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었다.

이 책은 소설 속 주인공인 틴 윈의 딸 줄리아 윈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미얀마에 와 우 바라는 인물과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줄리아는 우 바에게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듣게 된다. 틴 윈은 쌍둥이 형제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힌 엄마가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후 자신을 떠나자 이웃집에 살던 수치 부인과 함께 생활한다. 엄마가 사라진 후 틴 윈의 눈의 상태가 악화되다 결국 시력을 잃고 만다. 틴 윈은 시력은 잃지만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수치는 시력을 잃은 틴 윈을 자신이 신뢰하는 우 메이가 있는 수도원으로 데려가고, 수도원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틴 윈은 어느 날 운명처럼 미밍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조막발로 태어나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없는 미밍도 이미 그전부터 틴 윈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난 틴 윈과 미밍은 둘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이 소설은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마법적인 요소를 담아 환상처럼 펼쳐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사랑의 끝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틴 윈과 미밍이 보여주는 사랑은 과연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정말로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들은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 이들은 물리적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 이들은 인간적 번뇌와 두려움에서 벗어난 사랑을 한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서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들의 사랑은 우 바가 줄리아에게 말하는 사랑이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장님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는 사랑,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 삶에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하고, 우리를 번성하게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사랑을 뜻해요. 이기심과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말하는 겁니다.(p.12)

틴 윈과 미밍에게 시간적 헤어짐은 그들의 만남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또한 이들에게는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는 것과 같았다. 이런 자유로움과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들은 그렇게 끝까지 서로를 믿고 사랑할 수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너무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들이 나눈 사랑의 감정에 함께 빠져들었다. 사랑이란 이렇게 아름답다. 따뜻한 사랑이야기로 그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