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족, 뒷담화의 탄생 - 살아있는 고소설,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이민희 지음 / 푸른지식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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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절대적인 불평등, 특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시대로 생각된다. 또한 유교적 사상이 국가의 기본 이념이었기에 () 관한 이야기는 절대 거론될 없는 시대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조선시대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여성에 대한 존중이 오히려 현재보다 낫지 않을까 싶을 생각되었으며, 소설 속에 표현된 성적 표현들도 오늘날의 작품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솔직하고 자유스러웠다.

 

작품에 담긴 사상이기에 어쩌면 조선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현실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열망,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한림전의 여주인공 방관주를 보면, 그녀는 어린 나이에 남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고 그녀의 부모님도 이를 받아들인다. 남자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남성에 대한 부러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받아들인 부모의 모습을 보면 당시에 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차별적이지 않고,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높이 사는 사회였음이 드러난다. 방관주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철저히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한림학사가 되고, 죽을 때까지 남성으로 행사하다 자신을 문병 임금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지만 임금은 이를 개의치 않고 방관주의 능력을 인정한다. 또한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지 않고 여성도 능력이 있으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발전시켜 나갈 있음을 보여준다.

 

성적인 표현에서 보자면 읽을거리 <고소설 풍속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주생전>, <춘향전>, <어면순>, <속어면순> 등에 수록된 내용을 발췌하여 설명하는데, 춘향전을 제외하고는 사실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었다. 저자가 발췌한 내용을 보면 외설적이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풍자가 넘치는 표현들이었다. 특히 옥문을 설명하면서 감옥이라 표현한 부분은 우리 조상들의 해학이 넘치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성에 대한 조선시대의 사상은 <경국대전> 나온 표현으로 짐작해볼 있다.

 

첫째, 성은 자연스러운 결합이어야 한다.

둘째, 성은 절제해야 욕망이다.

셋째, 성은 인간관계를 나타낸다. (p.87)

 

책은 또한 창조적인 책읽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심청전>, <장화홍련전>, <춘향전> 기존의 시각(저자가 표현한 박제된 고전)과는 다르게 살펴본다. 장화홍련전을 예로 보면, 우리는 계모를 그대로 나쁜 사람으로, 장화와 홍련을 계모의 구박을 받는 착한 이들로 생각하지만 저자는 이런 시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증거로 장화와 홍련이 새로운 가족인 계모를 어머니로 대접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우리 형제 모친도 없이 서로 의지하여 일각도 떠남이 없이 지내더니 천만뜻밖에 일을 당하여 너를 적적한 빈방에 혼자 두고 가는 일을 생각하니 [후략] (p.179)

 

저자는 홍련을 두고 가는 것을 남의 손에 남겨두는 장면에서 장화와 홍련이 계모를 받아들인 적이 없음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잘못을 계모에게만 돌리며 배좌수를 용서하는 결론부분에 계모를 이방으로 여긴 장화와 홍련의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고전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소설에 담긴 내용을 창조적으로 보면서 속에 담긴 정신과 사상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유의 세계를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이것이 책이 내게 가장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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