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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평점 :
삼국을 통일한 신라라고 하면 당나라랑 연합하여 한반도의 규모를 축소시킨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군사적으로 강대국이었던 고구려나 문화적으로 월등히 앞섰던 백제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당나라라는 외세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신라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예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개방과 포용의 나라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대체되었다. 천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라가 존속될 수 이유는 개방과 관용, 인간존중, 호국정신과 자비, 백성에 대한 사랑 등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금보검>은 경주시에서 발굴된 무덤에 두 명의 남자가 나란히 묻혀 있었고, 그 중 한 명의 옆에 놓여 있던 서역 지방의 검과 유사한 황금보검을 보고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써낸 작품으로 개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롭성의 왕자였던 씬스라로프는 적들이 쳐들어오자 미래를 기약하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아 동쪽 끝에 위치한 황금나라를 찾아 떠난다. 함께 떠났던 동료이자 친구들은 모두 죽고 씬스라로프 혼자만이 황금나라라 알려진 신라에 도착한다. 상화 공주의 도움으로 살아난 씬스라로프는 신라에 자신의 몸을 의탁하면서 황금보검을 왕에게 바치고 신수라라는 이름을 하사받는다. 한편 상화 공주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유강 장군은 씬스라로프와 좋은 친구가 되지만 상화 공주를 둘러싸고 연정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되는데...
책을 보면서 ‘신라라는 나라가 참으로 대국이구나, 그래서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개방과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우리의 국명 신라의 ‘신’은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입니다.”(p.68)
국명에 이미 포용과 자비의 의미를 담았기에 전투에서조차 사람의 죽음을 가리는 살생유택의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금발의 서역인을 받아들여 장군으로 세울 정도로 개방적이었기에 전 세계의 문물이 모이고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고한 피를 흘리지 않고 가야국 백성까지 보듬어 안으려는 따뜻한 마음의 군주와 장군이 있었기에 신라의 천년 역사가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라에도 자신만의 안위와 권력을 원하는 토호, 귀족 세력들은 존재했다. 결국 이들의 반대로 인해 대마도 정벌이라는 국가적 최우선 과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후세인들이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역사를 남기기도 한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다시 살아난 황금보검의 주인과 신라의 역사적 인물들이었지만 이 책을 보며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자유스럽고 진취적이었던 시기는 바로 신라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전투에 임해서 결코 물러서지 않지만 적군의 목숨조차 귀히 여겼던 나라, 나라의 근간이 되는 백성을 높이 세울 줄 아는 나라, 간자조차도 꺼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나라. 이런 신라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해 준 작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