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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어린 시절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나서 바로 든 생각은 ‘나보다도 어린 얘들이 왜 이렇게 애어른 같은 거야?’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저 뛰어놀기 바쁘고, 겉멋만 들어있던 중고등학교 시절이었으니 자신의 내면을 찾아 방황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모습이 얼마나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졌을까?
어느덧 어른이 되어 다시 접한 데미안은 또 다시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여전히 어려운 말들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내용들이 도처에 퍼져있다. 데미안은 결코 단순한 청소년 성장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해제에서 설명하듯이 이 책에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과 니체의 사상이 이곳저곳에 담겨 있다. 그렇기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다만 세월의 흐름 덕분이랄까? 처음 읽었을 때 같았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내용들에 조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할 수 있었다. 특히 싱클레어가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묘사한 두 세계의 모습은 나 자신도 살면서 어느 정도 경험했던 부분이었다.
“자신의 충동과 이른바 유혹들을 존중과 사랑으로 대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그런 충동과 유혹이 나름대로 의미를 보여줄 겁니다. 그것들엔 언제나 의미가 있으니까요”(p.
178)
어두운 세계에 속한 내 모습도 억제하거나 숨기려고 해도 결국은 내 모습이다.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이런 충동과 유혹들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싱클레어처럼 나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찾는 여정은 청소년기에 완성되는 길이 아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깨뜨려야 할 알이 지금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그 시간이 우리 모두가 자신을 찾아 새로운 투쟁의 시간을 시작하며 다시 한 번 데미안을 펼쳐들어야 할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싱클레어가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었던 데미안을 찾아다녔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이번에 읽은 「꿈결 클래식」 첫 번째 권 <데미안>은 꿈결 출판사에서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명작을 선별하여 출판한 것으로 몇 가지 점에서 이 작품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가장 먼저 24컷의 일러스트를 들 수 있다. 싱클레어의 꿈이나 그림,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모습,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의 모습 등을 담은 일러스트를 통해 오로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그려내야 했던 부분을 눈으로 보며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상세한 해제를 수록해 독자가 헤세와 작품에 담긴 사상적인 측면,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연구해볼 수 있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