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수술 보고서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소위 말하는 왕따에 관한 소설이다. 하지만 접근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왕따라 하면 왠지 심리 상담이나 정신 상담으로 풀어나가야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소설에서는 수술이라는 아주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형식도 환자 이연희가 직접 작성한 수술 후기에 수술을 집도한 의사 김광호가 주석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연희는 진짜 광인일까? 그녀의 말을 되짚어보면 그녀가 스스로를 광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같다. 물론 광인이 자신을 광인이라고 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내가 언제부터 광인이었고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과 달랐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정확이 말하자면 의사가 내게 광인이라고 말한 날부터 나는 내가 광인이라고 믿었어요. (p.12)

 

사실 나는 정상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나는 이대로였으니까요.(p.84)

 

누가 광인이고 누가 정상인이라는 걸까요? 수술을 받아야 사람은 짖는 소리를 내다가 심지어 쥐를 물어오기까지 자신이 아니라, 그런 나를 보며 즐거워한 우리 아이들이 아닌가요?(p.112)

 

작가는 이연희의 입을 통해 집단 따돌림을 당한 이연희가 정말 광인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런 질문이 던져졌을 , 머릿속에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스치고 지나간다. 때로는 가해자가, 가해자의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피해자를 문제 있는 사람(광인)으로 몰아간다.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진정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수술 장면에 들어가면 더욱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책상 위에 환자를 눕혀놓고 치아 교정기와 비슷한 도구로 환자의 윗니와 아랫니를 고정시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한다. 그런 명의 의사가 환자 이연희에 관한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더플코트를 살펴보며 어떤 것은 가산 요인, 어떤 것은 감점 요인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는 마치 환자 이연희의 소리는 듣지 않은 그녀가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초록색 스웨터의 색깔 문제로 다투다 손을 잡고 서로 용납하라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환자는 책상 위에 마치 제물처럼 묶어놓은 자신들의 면죄부만을 찾아 서로에게 괜찮다 외치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나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장면 이후로도 소설 <광인수술보고서> 명의 어른으로써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특히 이연희가 마지막 장면에서 말하듯이 () 주름을 모두 펴고, 기억을 모두 지우고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을 시대가, 어른들이, 또한 가족이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책이다.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소설을 부디 모두 어른들이 번쯤 보고 아이들을 위한 세상을 번쯤 다시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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