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흥망사
김성렬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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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인 김성렬 작가가 육십이 넘은 나이에 세상에 내놓은 단편집이다. <괴물 흥망사>라는 제목은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하나의 제목이었다. 젊지 않은 나이(?) 작품을 저자처럼 눈에 띄는 책의 가지 특징은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면서 평상시에 접하지 못했던 단어(돌올, 무람, 부윰, 수굿 )들을 상당히 많은 사용했다는 점이다. 마치 조선 말기의 국한문 혼용체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가 살펴보았더니 저자의 전공이 한문학이었다.

 

8편의 단편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특이한 점이라고 친다면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괴물흥망사>, 개로 변한 남자의 이야기인 <개가 되어 버린 김씨의 기이한 경우에 관한 사례 보고> SF적인 요소와 환상적인 요소가 담겨있다는 정도랄까? 외에는 형식이나 소재 측면에서 여타의 단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식이나 소재적인 측면에서 특이한 점이 없다고 하여 내용조차 가볍게 읽고 넘어가도 만한 작품들은 결코 아니다. 특히 내게는 <개가 되어 버린 김씨의 기이한 경우에 관한 사례 보고> 담긴 내용은 소재의 엉뚱함에 비해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내용이었다. 남의 눈을 몹시 가리는 김씨는 평상시에 숫기 없는 성격에 다른 사람에게 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오히려 개로 변한 이후 용납할 없는 사람들을 향해 컹컹 짖을 있게 된다. 어찌 김씨만 그러할까?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모든 가슴에 묻고 묻고. 비록 개의 모습으로 짖어대지만 그렇게 시원히 가슴 속에 맺힌 얘기들을 털어버리는 김씨가 오히려 부러워 보이기만 뿐이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다른 인간 군상의 모습은 김씨가 개로 변한 회사 권력의 실세인 최부장에게 아첨하는 서차장과 김과장의 모습이다. 이들의 모습이 나와 다를까? 스스로에게 물어본 질문에 선뜻 뭐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나도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서차장이나 김과장처럼 책에서는 상황에 순종하는, 욕망을 쫓아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괴물흥망사> 유병호 팀장은 어떠한가? 자신의 직속상관이 박부장의 명령에 마취제를 사용하면서까지 다른 이의 연구 결과를 가져오려고 한다. 유팀장은 차에 마취제를 타고 이를 마신 김팀장은 아이가 아파 집으로 급하게 가던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게 정도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욕망의 화신, 그것이 바로 저자가 괴물이라고 칭한 존재인 것이다.

 

<오후의 산책> 나오는 순간의 실수로 생긴 아이를 버린 집착과 욕망에 뒤엉킨 삶에 의문을 느끼지만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이를 보며 생명 우선이라는 고백을 한다. 그렇다. 저자는 괴물 같은 삶을 사는 인간 군상이지만 모든 오류나 의문을 넘어서 새로운 생명을 통해 새로운 삶이 시작될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담긴 생명의 불꽃, 미래의 희망을 보는 순간 다른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던 나였기에 저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없었다.

 

책에 담긴 8편의 단편들은 짧지만 또한 일상적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의 작품들이다. 되새김질하며 읽어볼 만한 작품이기에 주저 없이 읽어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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