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자면, 일상의 시간과 여행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혀 별개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런 걸까?

 

글로벌 금융회사에 입사해 성공을 향해 달려나갔던 저자는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정말로 제대로 된 길인지에 대한 의문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소위 말하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사진들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저자가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느낌, 생각, 깨달음 등 삶의 이야기가 한 가득 담겨 있다. 여기에 이 책의 매력이 숨어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야기와 몇몇 삽화만으로 그들과의 만남을 상상하게 한다.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독자들 각자가 자신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을 들여다 보면 인생 그 자체가 하나의 기나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의 의미 자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우리도 인생이라는 여행길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해 헤맬 때가 있다. 마치 시가를 피우는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때로는 인생 그 자체를 즐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이나 규정에 얽매여 살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경제적 성공이나 명예를 거머쥐고자 수많은 것들을 스치듯 떠나 보내고 길을 가는 도중 한 번도 입지도 않을 청바지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좁고 가파른 길을 매일같이 힘겹게 헤쳐나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찾아오는 행복을 스스로 막아 선 채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져 불안해하며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집과 직장, 돈과 명예와 성공에 집착한다. 마치 이들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듯이.

 

사람들이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고 부르는 여행은 이런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일상에서의 온전한 벗어남은 아니다. 일상에서의 삶이든지, 여행 중의 삶이든지 결국은 모두 나를 찾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나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저자가 인도에서 만난 뱃사공이 말했듯이,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 또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능력에서 오는 거라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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