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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프로젝트 ㅣ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다시 부활한 일본 731부대의 만행을 그린 팩션 스릴러!
이 한 문장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 일본군 731 부대의 만행을 고발한 이야기를 읽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하루 종일 방안을 서성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아니 사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 내게 그런 분노를 일으켰던 그들이 부활했단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사람의 악함에 대한 기억을 내 뇌리에 새겨놓았던 이들이었기에 비록 소설의 소재일 뿐이었지만 궁금함에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기자와 카피라이터를 거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거쳐 온 직업을 보니 천생 글쟁이인가 보다. <시로 프로젝트> 이전에 나치의 만행을 고발한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로 이미 프랑스 스릴러의 대표작가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단다.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져간다.
멘토인 엘리가 납치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 모사드 요원 에이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엘레나와 함께 체코의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몰살당한 사건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적을 추적해나간다. 과연 누가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체코와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간다.
내용의 흐름도 좋고 번역도 부드러워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곳곳에 숨겨진 윤리적 문제 제기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들게 했다. 특히, 에이탄이 자신과 엘레나, 자신과 범인을 비교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행한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면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크로스 파이어>의 여주인공이 가졌던 내면의 고뇌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가슴을 써늘하게 할 정도의 반전 없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말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쉬움이 휘몰아쳤다. 또한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전편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면서 전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에이탄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731부대에 대한 묘사가 생각보다는 너무 적은 분량이어서 여타의 범죄 집단과 731부대의 차이가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 어쩌면 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던 역사를 되살려낸 작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