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감자꼴: 김별아 작가님, 반갑습니다. 예전에 <미실>이라는 작품으로 만나 뵌 이후로 이렇게 다시 뵙게 되니 정말 기쁩니다. <미실>이라는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들을 쓰셨죠??
김별아: 감자꼴님, 반갑습니다. <미실> 이외에도 <백범>, <논개>, <열애>, <가미가제 독고다이> 등의 작품을 발표했답니다.
 
 
감자꼴: 이번 작품 <영영이별 영이별>은 개정판인 것 같던데요?
김별아: , 맞습니다. 2005년에 초판을 발표한 후 10년이라는 세월을 덧입혀서 2014년에 다시 펴내게 되었습니다.
 
 
감자꼴: 영영이별 영이별은 무엇에 관한 작품인가요?
김별아: 잘 아시겠지만 조선의 제6대 왕 단종은 숙부였던 세조에게 쫓겨 영월로 유배되었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됩니다. 단종의 죽음을 슬퍼한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슬퍼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단종의 부인이었던 정순왕후가 아닐까 싶어요? 단종을 향한 정순왕후의 지극한 사랑이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감자꼴: 작품을 보니 49에서 0까지 역순의 형태로 단락을 써내려 가셨던데요?
김별아: 눈치채셨군요^^ 이 작품은 죽음을 맞이한 정순왕후의 혼령이 중음에 머무는 기간 동안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답니다. 단종의 죽음으로 홀로 65년을 살아온 정순왕후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살아 있는 귀신이라고 칭해졌던 여성들의 아픔과 서러움, 저잣거리의 이름 없는 아낙들의 삶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었고요.
 
 
감자꼴: 사실 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별아: 어떤 생각이죠?
감자꼴: 시간을 거슬러 회고하면서 0이라는 시점에 도착한다는 것은 정순왕후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고통과 분노, 소소한 기쁨과 행복 등 모든 감정과 기억들을 내려놓는다는 의미, 달리 말하면 모든 세월을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김별아: 모든 세월을 내려놓는다?
감자꼴: 단종과 처음으로 만나 애틋한 사랑을 시작했던 열다섯 살의 어린 신부로 되돌아가서 오직 단종만을 바라보며 사랑하고자 했던 정순왕후의 단 한 가지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홀로 지냈던 65년 간의 세월을 모두 내려놓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김별아: 그렇다면 감자꼴님은 <영영이별 영이별>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감자꼴: 물론 영이별이란 표현은 단종과 정순왕후가 영이별 다리, 영도교에서 헤어져 결국 살아생전에는 서로 볼 수 없었던 것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삶 혹은 삶에 대한 기억과의 영원한 이별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뜨겁기 음욕보다 더한 것 없고
독하기 분노보다 더한 것 없네.
괴롭기 몸보다 더한 것 없고
즐겁기 고요보다 더한 것 없네.(p.15)
 
 
나는 차츰 당신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애당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여든두 해는 세간에 슬쩍 부려두고 떠나려는데, 긴 목숨만큼이나 질기고 모진 추억이 갖풀처럼 끈끈하게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홀가분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당신 곁에 서려면 누항의 먼지와 때는 다 털어 벗어놓고 가야만 하겠지요(p.117)
 
 
소설의 여러 곳에서 드러나듯이, 모든 기억과 감정을 떨쳐낸 영원한 고요함 속에서 단종과의 만남만을 생각했던 정순왕후의 사랑이 여기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 영이별은 역설적으로 단종과의 새로운 만남을 위한 첫 걸음이라 볼 수 있겠죠. 중음에 있던 정순왕후의 혼령에게는 다른 어떤 선택도 필요 없고 오로지 단종과의 만남만이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김별아: 삶과의 이별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감자꼴: 거기에 삶의 비밀이 있는 것 같아요. 단종이 죽은 이후 정순왕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고 65년을 더 살아야 했던 것은 삶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즉 삶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라는 것과 그 삶이 지닌 신비 때문이었겠죠.
 
나는 시간을 믿기로 하였습니다. 기꺼이 그를 받들기로 하였습니다. 어떻게든 흐르고야 마는 시간을, 시간만이 해결하는 수다한 삶의 신비를. (p.116)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듯이, 주어진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삶을 다 살아야만 영원한 이별도 가능하겠지요. 그러면서 이런 삶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이 결국은 사람이라고 정순왕후는 고백하고 있지요.
 
 
김별아: 단종과 정순왕후를 그토록 힘든 삶으로 몰아간 이들도 사람이었죠.
감자꼴: 그렇지요. 혈육이기에 믿고 싶었던 세조와 그 무리들은 그들을 내쳤지만 단종과 정순왕후를 보듬어준 이도 결국 사람이었죠. 그들이 있었기에 정순왕후가 삶을 온전히 끝마치고 단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세상 권력을 다 가진 자처럼 보이지만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결국 스스로를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몰아넣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사람만큼 무서운 존재는 없다고 말하지만 먹사과 하나를 나눠주는 이, 함께 울어주는 이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래도 사람이 답이라고 말씀하신 것 아닌가요?.
 
 
사람이니까 그러할 수 있다고. 오직 사람만이 사람에게 그토록 집요한 괴로움과 슬픔을 줄 수 있다고. (p.243)
 
사람에게 그토록 가혹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지만, 온기를 나누어 괴로움을 어루만지고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사람뿐이랍니다. (p.254)
 
 
김별아: ^^
 
 
감자꼴: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정순왕후의 은밀하고 간절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 드리고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별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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