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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4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덮었다. 잠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표지의 사진을 보았다. 처음 느낌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그 속에 있었다. 조피 숄. 언뜻 보면 미소년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 땅에도 그녀처럼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외친 이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조피 숄은 타고난 영웅이었을까? 아니면 시대가 만들어낸 슬픈 운명의 인물이었을까? 책을 통해 본 그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자주 쓰는 민초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위대한 누군가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우리의 가족, 이웃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사랑하고 토론하고 미래를 꿈꾸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은 그 평범한 삶에 도달하지 못했다.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었던,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생명으로 받아들였던, 그래서 결코 침묵할 수 없었던 그녀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느냐고.
책 제목이 슬프게 다가온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그 누구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한스 숄, 조피 숄과 백장미단의 단원들은 말 그대로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 아니 그 모두를 사랑했기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위해 살았다. 그런 그들이 누구를 미워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들을 미워한 자들은 있었을까? 그들의 죽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히틀러라는 한 인물이 한 나라를 넘어 전 인류에게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는 너무나 평범한 이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을 바로 그들의 죽음 위에 세워졌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잊고 살아가고 있을까.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은 우리의 삶을 이렇게 단단하게 세워준 이들에 대한 감사가 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다. 그 언제가 양심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으로 오늘 내가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를 너무나 쉽게 잊는다. 부끄럽다.
나는 오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모두 한 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