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평점 :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알 것 같다가도 저럴 때는 완전히 낯선 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사람의 마음은 저자의 말처럼 그 속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면의 그림자가 있어서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동연 작가의 <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은 고려시대 왕으로 고려 왕조를 뒤흔들었던 34명의 인물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알아보는 책이다. 34명의 인물을 한 권에서 다루고 있기에 학술적인 내용이나 역사적인 사실들이 그렇게 많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심리학 개념들을 알 수 있는 용어나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는 단편적인 지식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책을 다 읽고 나면 은근히 심리학적, 역사적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질 정도의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500년을 이어간 고려시대 역사는 그 역사에 비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후삼국시대를 통일한 왕건의 이야기나 무신정권과 충자 돌림 왕들의 몽골 수난사 정도나 기억에 남아있고 그 외의 사건들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기억나는 사건들이 별로 없으니 그 시대를 살아간 왕들은 더욱 기억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도 참 귀하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외우는 조선시대 왕들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더욱 그렇다.
고려 시대 왕으로 살아간 이들의 모습에도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억척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가 남들과 다른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성별, 연령,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변 환경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 대세인 MBTI로 고려시대 왕을 분석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