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2월 31일
김준수 지음 / 밀라드(구 북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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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묵상하면서 깨닫는 인간의 가장 큰 죄 중 하나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교만이 아닐까 싶다. 아담과 하와의 경우를 보더라도 하나님과 같아진다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그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하나님과 같아지겠다는 교만함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모습에서도 역시 교만한 인간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필선 교수도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마음이 교만으로 물들어진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 날을 고대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날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성경 말씀을 넘어 자신만의 생각으로 재림의 날을 특정지운 것은 결국 그 마음에 알게 모르게 교만한 마음이 싹텄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을 읽는 내내 92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미선교회 사건이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았다. 다가올 미래라는 의미의 다미선교회는 소설 속 이필선 교수처럼 92년 10월 28일을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날이라고 주장하며 많은 이들을 미혹하였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다미선교회와 관련된 인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생, 죽음, 재림 등의 종교적, 철학적 이야기에 더해 희재와의 이야기로 풋풋한 어린 시절 한번쯤 겪었던 아픔과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면서 사소한, 하지만 그 당시에는 결코 사소하지 않았던 이유로 헤어지는 젊은 날의 초상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왠지 모를 감상에 젖게 만든다. 너무 좋았지만, 그만큼 너무 아쉬웠던 청춘의 그 날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글을 처음 읽는 거라 기대 반, 염려 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차치하고 너무 예쁘게 그리려다 오히려 망친 듯한 느낌, 뭔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보통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 예스러운 느낌을 넘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냥 평범한 90년대의 자연스러운 말투나 어휘였다면 훨씬 더 사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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