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를 보면 참 안쓰럽다. 코로나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안쓰럽고, 평생을 짊어지고 살아야할 공부의 무게에 벌써부터 짓눌리는 듯한 모습도 너무 안쓰럽다. 가능하면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내 마음대로 되던가? 가능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 공부에만 집중하는 편이지만 마음 한견에 불안한 마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워킹맘으로 영어 교과서를 만들어온 교육 전문가인 저자 이지은의 <너, 영어 교과서 씹어 먹어 봤니?>는 표면적으로는 영어 공부에 관한 책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공부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위 1% 아이들만 알고 있는 영어 교과서 100% 활용법이라는 문구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교과서 중심의 공부가 중요한 이유와 실제 학습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오로지 공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필요에 따라 사교육에서 배워야할 부분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교육 과정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아이의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교과서, 다시 말해 공교육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모든 공부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교과서는 너무 쉽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쉽다는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한때 학원 강사로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그 시절의 경험에 비춰 돌이켜봐도 분명 그렇다. 교과서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쉬운 건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공부도, 온라인 학습도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교과서 내용이 학습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이를 전달하는 선생님, 강사가 누군지에 따라 혹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학원에 보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교육이 중요하다, 아니다, 사교육이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이런 논의들을 여기에서 다루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한번쯤은 모두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영어 공부가 필요할까? 영어도 어느 날 우리 곁을 슬며시 떠난 한자와 마찬가지 운명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영어보다 더 귀중한 무언가를 경험하게 그런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지만 정말 그 답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