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유쾌하다. 유쾌하면서 폐부를 꼭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 이번 작품 <코로나와 잠수복>도 그렇다. 5편의 짧은 단편들이 지닌 엉뚱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들에는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무언가 우리의 가슴을 저리는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에 5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이야기는 ‘코로나와 잠수복’이었다. 책 제목이기도 하고 코로나와 잠수복,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했고, 여전히 끝나지 않는 현실에서의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다.
다섯 살 된 아들 우미히코에게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아빠 야스히코는 아들을 통해 자신도 코로나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내에게 방호복을 사오라고 말했지만 방호복도 우비도 구할 수 없었던 아내는 결국 중고용품 가게에서 잠수복을 사온다.
코로나 때문에 잠수복을 샀다고?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잠수복을 입은 채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 그것도 집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잠수복을 입고 밖에 나가서 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 괜시리 짠하다.
‘코로나와 잠수복’ 이야기도 짠했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트 클럽’ 역시 짠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청년들만의 아픔이 있듯이 중년의 아저씨들에게는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결코 밀릴 수 없는 그들만의 아픔이.
짧은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유쾌함과 따스한 삶의 온기가 코로나로 지치고, 힘들어진 경제생활로 가정이 무너져 버린 듯한 이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살포시 더해준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