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느와르 인 도쿄
이종학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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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딱 하나 재즈라는 단어 때문이다재즈는 내게 너무 슬프고 추웠던 20대의 삶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으뜸 공신이다그 이후로 지금까지 재즈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좋은 친구이다그래서 <재즈 느와르 인 토쿄>라는 제목에서 재즈라는 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이 소설의 작가가 재즈 평론가 이종학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눈여겨보게 된 이유였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소설의 흐름은 생각과는 달리 재즈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작가가 재즈 평론가이기에 정민이 재즈 연주자와 연주곡을 얘기하는 부분이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소설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소품 같은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물론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재즈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재즈적인 요소는 그렇다 치고 느와르적인 요소는 어떨까정민의 아내인 미숙전단지의 여인 쇼코음험한 분위기의 지미 등이 얽히고설킨 채 폭력과 성적인 내용들로 가득 찬 이야기가 느와르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인다다만 그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그저 오래 전에 본 홍콩 느와르의 빛바랜 듯한 느낌이랄까.

 

나름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금세 눈치챌만한 설정이라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물론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는 짐작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부분은 재즈나 느와르적인 면이 아니라 정민의 소설 속 배경인 역사적인 관점이다정민이나 송교수이조교지미 등을 실루엣처럼 슬며시 그 모습을 드러낸 역사관은 한동안 고민할 거리로 다가왔다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자극제라고 해야 할까?

 

내용의 전개가 지루하지는 않아 소설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무언가 재즈의 심오한 맛이나 느와르의 강렬하면서 무거운 느낌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가벼운 일탈을 꿈꾸는 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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