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책 제목만 보고 공상과학 소설을 상상하며 시간이 없는 세상이란 어떤 것일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없는 세상은 말 그대로 상상조차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런 세상.

놀라운 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의 과학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없다는 걸 물리학적으로 설명한 것인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서두를 차지한다. 혁명을 꿈꾸던 저자가 과학자로 변신하는 과정을 짧게 서술하는데 과학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그 마음만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는 젊음의 아름다움이.

본문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모든 게 쉽지 않다.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툭툭 던지는데 이건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과학적 지식도 없고 관심도 크지 않은 분야라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솔직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별로 없다. 읽었는데 읽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게 알겠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의 기초에는 가장 강력한 힘인 호기심이 있었다는 걸. 그런 호기심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과학에 관심이 많은 딸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해야겠다. 언젠가 그런 호기심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