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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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늘 비슷하다무라카미 하루키히가시노 게이고미야베 미유키 정도가 내 머릿속에 살아있는 일본 작가이다그 외 일본 작품들도 가끔씩 읽기는 하지만 그렇게 선뜻 손이 나가지는 않아 잘 읽지 않는다그러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한 남자>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건 정말 우연이다책 소개를 읽다 작가의 이름을 엉뚱하게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잘못 이해해 선택하게 되었다시작은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점에서 잠깐의 실수가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사랑하는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과 이혼한 후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문구점에서 일하던 리에에게 어느 날 스케치북과 물감을 사러 온 한 남자다이스케리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조금씩 가까워져 친구가 되었다가 다시 남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그러다 사고로 남편이 사망하고 이후 그의 죽음을 남편의 가족에게 알린다그런데 리에를 찾아온 남편의 형은 그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말한다혼란에 빠진 리에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변호사 기도에게 자신의 남편이 누군지를 알아봐달라고 한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전혀 모르는 낯선 이의 모습을 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낯섦은 다른 이들에게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어쩌면 가장 큰 낯섦은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할지도 모른다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기도가 다이스케를 찾아가는 여정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아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재일교포 3세인 기도의 이야기를 덧붙여 재일 교포들이 겪는 또 다른 존재론적 아픔을 그리고 있다평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던 문제였기에 기도의 이야기는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소설적 재미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 <한 남자>. 함께 삶을 이어가는 아내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그려질지 무척 궁금하게 만든 소설이다또한 나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고무엇보다 내가 보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깊이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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