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지음, 임상훈 옮김, 김정호 추천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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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은 민주주의>. 책 제목에 이렇게 끌려보긴 오랜만이다. 10% 적은 민주주의도 민주주의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10%가 적다는 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민주주의를 폄하하는 듯한 책 제목에 살짝 놀라기도 해서 더욱 그러했다.

 

저자의 이론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민주주의에도 편익과 비용이 있는데 100% 민주주의보다는 그보다 조금은 덜한 민주주의어쩌면 약간의 독재적인 요소가 가미된 민주주의가 비용·편익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이를 증명하기 위해 각각의 분야를 나누어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10% 적은 민주주의의 우수성을 주장하는데 적지 않은 부분에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절대적으로 공감한다는 말은 아니다이해가 될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저자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면 그가 내린 결론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간단하게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저자가 내린 민주주의 정의는 이렇다.

 

유권자들이 광범위하고 실질적으로 거버넌스에 관여하고시민들이 인지적으로 충분히 평등한 상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p.36)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그렇게 내 생각과 동떨어지지 않아 그가 주장하는 10% 적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일례로 ‘Chapter 2 임기가 길어야 유능한 정치인이 된다에서 임기가 짧은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임기가 더 긴 정치인들보다 법안 제출도 적고지역 선거구민들과의 소통도 적었다고 한다유권자가 투표로 정치인을 선출하는 민주적 권력을 조금만 줄인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저자가 사례로 제시한 통계나 자료들을 보면 이는 분명해 보인다경제학적으로는 분명 저자의 주장이 옳다하지만 민주주의는 결코 경제학적인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민주주의에는 국민들의 삶과 정신 등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면들이 있다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처럼 기간을 늘여 법안 처리가 더 생산적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극단적인 사례로 히틀러 같은 이에게 조금 더 긴 시간을 준다면 그것이 과연 더 나은 사회를 만든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주장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일견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다만 경제학자인 저자의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민주주의는 어떤 면에서 그저 잘 먹고 잘 싸는 그런 체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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