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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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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TV 서프라이즈’였던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댄스 마라톤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댄스 마라톤은 실제로 1900년대 초기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대회인데, 참가자들이 마라톤처럼 계속해서 춤을 춰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우승자가 되는 행사이다. 몇 시간 정도야 재미삼아 가능하겠지만 하루가 넘고 일주일이 넘어 97일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에 이르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절박함이 드러난다. 많은 이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어마어마한 상금 때문이었으니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미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극찬한 영미소설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댄스 마라톤에 참가한 글로리아와 로버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상금 만 달러와 무료로 제공하는 숙식. 그들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었다.
꿈을 위해 참가한 댄스 마라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글로리아를 절망하게 만들고, 함께 춤을 추는 로버트 역시 그녀의 절망어린 모습에 함께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2시간에 한 번 주어지는 10분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끝없이 반복되는 댄스에 육체뿐 아니라 영혼마저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까.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절망의 연속. 무의미한 동작의 반복. 그 사이에 바람처럼 잠깐 다가왔다 사라지는 짧고 달콤한 휴식.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일단의 무리들. 낯설지 않은 이 모습은 무얼 그리고 있는 걸까?
여전히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는 절망에 빠진 채, 누군가는 희망을 쫓아 헤매며, 누군가는 무너져 내린 삶에 결국 자신마저 무너뜨리며 살아간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많은 부분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삶은 그들에게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무거움 짐을 지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