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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마흔이라는 나이. 공자가 말한 불혹의 나이인 마흔은 여러모로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이다. 육체적으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나이이면서 윗세대와 아래세대 사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는 족쇄에 채여 흔들리는 나이이기도 하고, 일에 치여 자신을 잃어버린 아픔에 울부짖는 때이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고민들과 아픔이 생기는 마흔이라는 나이. 동일한 시기를 거쳤던 다른 이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어떤 아픔을 겪었고, 어떤 무게감에 힘들어 했을까? 그런 아픔과 힘듦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은 역사 속 인물들이 마흔이라는 나이에 겪은 이야기들을 담아 오늘을 살아가는 마흔들에게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책이다. 구방심, 도광양회, 인능홍도, 인연생기라는 꼭지 아래 마음을 돌아보고, 자신을 지키고 키우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준다.
막상 마흔이라는 나이가 돼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의 실린 세종의 이야기는 무심코 지나쳤던 세월의 흔적을 돌아보게 했다. 늘 청춘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육체의 아픔이 사람의 성정마저 바뀌게 한다는 세종의 이야기가 결코 낯설지 않다. 나 역시 그러했기에. 마흔이라는 나이는 그렇게 조금씩 흐트러지는 육체의 시작인 걸까?
그렇다고 마흔이라는 나이가 세월의 아픔만을 떠올리게 하는 시기는 아니다. 김득신의 이야기처럼 마흔이라는 나이는 여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59세에 문과에 합격한 김득신의 삶은 결코 마흔이 삶의 끝자락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시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을 세울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마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여전히 가슴 설레게 다가오는 나이이기에 마흔은 여전히 청춘의 나이이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도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아프기에 더욱 성숙할 수 있는 나이 마흔이라는 이 순간이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