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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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나님을 믿는 내게 전생이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지만 전생에 관한 소설을 쓴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그의 독특한 생각상상력에 매료되어 읽은 책들 또한 너무나 매력적이라 소설 <기억>도 주저함 없이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시작은 최면술사 오팔의 공연을 관람하던 르네가 그의 전생의 기억을 찾아들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최면에 걸려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사용한 구성이라 크게 남다르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베르베르만의 방식이 살아있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무의식에 세계로 들어가 번호가 달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다. 111개의 문이 르네의 눈앞에 펼쳐지는데 111개라면 어느 시대까지 이어질지 한 번 상상해봤다한 생애를 대략 50년으로 본다면 5500년 전이라는 얘기인데 그 정도면 기록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역사를 모두 훑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전생의 이야기에 빠져 사람을 죽인 르네는 현실과 전생의 기억에 혼란을 느끼고 자신을 무의식의 문으로 이끈 오팔을 찾아가 조작된 기억을 없애고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려고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점점 더 전생의 이야기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생이라는 소재에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적 이야기와 전설의 도시인 아틀란티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지면서 사실과 허구를 오가는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기억이라는 제목과 인류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그러면서 다시 현실 속에서 이어지는 듯한 르네의 여행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는 무엇일까특히 역사 교사인 르네의 직업과 연관해 생각하면 소설은 허구의 흐름이기도 하지만 역사 혹은 인류의 흐름이기도 하다.

 

전생을 믿지 않고 인류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지를 분명하게 믿는 내게 소설은 그저 소설일 뿐이었지만 여운이 남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니까 말이다매 순간을 기억하는 몫이 누군가에게 남겨질지는 미지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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