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사실 에세이 종류의 책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의 생각과 일상이 담긴 책이라 재미있기도 하지만 에세이를 읽고 그렇게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없었던 터라 굳이 에세이를 골라 읽지는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가 아니라면.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로 처음 만난 후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읽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의 생각에 크게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이 주는 소설 읽기의 매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일상들이 그려진 또 다른 세상을 보는 즐거움?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삶이 궁금했기에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를 읽기로 했다. 에쿠니 가오리는 평소 어떤 생각을 할까? 작품에 담긴 작가의 생각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일상에서의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세 가지로 나누어 들려준다. 쓰기, 읽기, 그 주변. 작가로서의 그녀의 생각을 담은 이야기들과 그녀의 삶에 영향을 준 다양한 책들 이야기, 그리고 일상으로 알려준 그녀의 모습. 소설에 담긴 그녀와는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그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든 글은 ‘소설의 안과 밖-문학적 근황’이었다.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또 다른 세계에서 사는 그녀의 모습은 낯설지만 그래서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소설도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니까.

소설을 읽는 재미와 에세이를 읽는 재미는 다르지만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 않나 싶다. 에쿠니 가오리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고 난 후 다시 읽은 그녀의 소설들은 어떤 모습일까? 다시 <냉정과 열정 사이>부터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