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팽 양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3
테오필 고티에 지음, 권유현 옮김 / 열림원 / 2020년 4월
평점 :
지금이야 남장여자나 여자남자라는 인물이 그렇게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지만 200년 전이라면 어떨까?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아마 난리가 나도 그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온 나라가 떠들썩해질 테니까 말이다.
200여 년 전 프랑스의 작가 테오필 고티에의 작품 《모팽 양》에는 남장여인이 나온다. 파격적일 수밖에 없는 그의 작품에 발자크, 위고 등은 고티에의 탐미적이고 예술지상주의적인 사상을 극찬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파격적인 내용에 격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달베르, 테오도르(모팽), 로제트. 3명의 주요 인물들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드러내는 여러 가지 사상들은 진정한 아름다움, 성적 정체성에 대한 독자의 사색을 이끌어낸다. 달베르와 로제트의 연인 아닌 연인 관계는 성으로 얽힌 관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함이 느껴진다. 반면 테오도르를 향한 달베르의 사랑은 그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고, 로제트와 테오도르의 관계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해진다. 또한 남성도, 여성도 사랑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사랑을 추구하는 테오도르의 모습은 사랑의 본질을 넘어 인간 본질에 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소설이라 읽는 게 쉽지는 않다. 처음에는 달베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라 지루한 면도 없지 않지만 모팽 양의 본질을 꿰뚫어본 달베르가 그녀에게 푹 빠져들고, 이전부터 테오도르를 유혹했던 로제트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소설의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모팽 양》은 열림원의 이삭줍기환상문학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앞서 출판한 《그림자를 판 사나이》, 《바텍》은 또 어떤 매력이 품고 있을지, 바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