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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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언뜻 경계심을 강하게 만드는 단어이다침입자란 말에 담긴 의미가 침범하여 들어가거나 들어온 사람이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렇다면 정혁용의 소설 <침입자>에서 말하는 침입자는 과연 누구를 말하는 걸까?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라는 말로 관심을 가지게 된 이 소설은 택배기사로 일하는 그 남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여벌 옷이 든 가방, 9만 8천 원이 든 지갑마흔다섯의 나이텅 빈 시간만을 가진 그 남자는 행운동 택배 기사가 된다다른 이들의 삶에 늘 침범하는 이 남자가 침입자들인 걸까?? 침입자들이라고 한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듯 한데..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가고 싶은 그이지만 세상은 그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함께 택배일을 하는 동료에서부터 배달을 하다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까지어쩌면 그렇게 만난 그들이 그의 삶에 들어온 침입자들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의 삶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강한 자에게 강하고약한 자에게 약하다고 할까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져가는 그런 모습에 흠뻑 그에게 빠져들고 만다여전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지만이것만은 분명하다그는 누군가에게 어느 순간 스며들어 강한 위로를 남기는 인물이라는 것.

 

친절이 아니라 그저 타인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하는 그 남자이지만 결코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누군가에게 별명을 지어 부른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관찰했다는 의미이니까(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택배기사의 삶에 깊은 공감을 느낀 건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통쾌한 말 한마디가시원하고 용감한 행동 하나가 필요하기에 그의 모습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침입자들누군가의 삶에 스며드는 이들은 어쩌면 그들의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디딤돌이자 버팀목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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