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정하 시인의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2016년에 출간했을 때 읽었던 시집이다. 시집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 이 시집을 읽고 시라는 게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시어의 짜릿함도 그렇고,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도 그렇고, 소설을 읽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매력에 빠져 한동안 이 시집, 저 시집을 기웃기웃하기도 했다.
사는 게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내 곁에서 시는 점점 멀어졌다. 한 편의 짧은 시조차 읽을 여유가 없는 삶을 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이 시집을 다시 찾아 읽기로 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우리를 그 때와는 또 다른 사람으로 이끌었으니 그때와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감상하리라는 마음에서다.
생각했던 대로 그때와 지금 읽은 시집이 분명 똑같은 시집이지만 그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무척 감상적인 느낌만이 강하게 다가왔다면 이번에는 감상적인 느낌에 더해 아련함, 또 한편으론 삶의 면면을 시인처럼 조금은 이해하는 듯한 이성적인 느낌도 함께 다가왔다.
시집을 많이 읽지는 못한지라 이정하 시인의 시집이 다른 시인들의 시집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저 이 시집은 내가 살아온 순간들을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고 편집해 한 편의 영상으로 편집해 놓은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젊다 못해 아직 꽃망울조차 피우지 못한 느낌이던 그 시절의 내 모습, 그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애써 누군가와 함께 꽃망울을 피우고 싶어 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렇게 흘러간 시절이 고맙기도 하다. 그 때의 사랑, 아픔이 지금의 내가 나만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한 사람으로 이 세상 가운데 설 수 있게 했으니까.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절망스러우면 절망스러운 대로 그 속에 철저히 침잠해 있으라는 거였다. (p.81)
이번에 가장 눈길을 끈 구절이다. 나 역시 삶이 주는 이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짧지도, 그렇게 길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때로 삶은 그렇게 순간순간을 견뎌내는 것임을, 그리고 그런 견딤의 과정이 나를 만드는 순간들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늦은 밤 한 편의 시를 다시 들쳐본다. 내가 지나온 시절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