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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어린 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 그리고 안도현의 <연어>와 함께 최고의 우화 5편에 선정된 <고양이 손님>. 묘하게도 올해 <연어>를 제외한 모든 책을 다시 읽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어쩌다보니 그냥 그렇게 됐다. 그래서 이어서 읽게 된 <고양이 손님>. 최고의 우화라 여겨지는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양이 손님>은 어떤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다.
치비라는 고양이와 화자 부부의 일상을 다룬 소설인 <고양이 손님>은 여태까지 별다른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내게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화자 부부와 치비가 서로 가까워지는 일상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고양이든 강아지든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 호감, 애정 등등이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치비와의 만남, 헤어짐 등의 과정이 단순히 동물과 인간의 교류만을 말하지는 않는 듯하기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특히 마키아벨리를 인용한 삶의 모습은 고개를 끝없이 끄덕이게 만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들고 어느 문 틈새로 들어가고 하는 움직임에 원래부터 작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듯한 성질이 부여된 게 아닐까. 하루하루의 움직임이 거듭되면서 일정한 흐름이 생겨난다.(p.30)
담백한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 같은 소설이지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소설을 읽어갈수록 더욱 커져 다시 처음부터 소설 속으로 빠져들겠다는 욕망을 품게 한다. 이 소설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