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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평점 :
책 표지 디자인에 그렇게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의 표지는 굉장히 오랫동안 내 눈을 사로잡았다.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라기보다는 무언가 제목 사이에 남겨진 여백이 내게 자신을 채워달라고, 나만의 말로 사랑을 표현해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조성일 글, 박지영 그림의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 내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사랑을 어떻게 말했을까? 정말 나만의 말로 사랑을 말했을까? 이러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니 각자의 말로 했다는 건 결국 서로를, 서로의 모습을, 서로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다시 바뀐 건 그저 나만의 말로 사랑을 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오히려 사랑을 하는 이들이 한 번쯤은 경험했을 그런 말들이었다. 물론 그걸 모두가 똑같이 표현하지는 않았겠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이
마음보다 먼저 나갔다.
[중략]
어색한 침묵이 우리를 가두었고
그 순간 우리는
세상 어떤 관계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p.53/마음에도 없는 말)
그래, 정말 그랬던 순간이 있었다. 생각과는 다른 말이 나가서 한순간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그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만의 말로 여전히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걸까?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과거의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또한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나만의 말로 사랑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