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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예전에 읽었을 때는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나갔던 첫 문장이 눈길을 끈다.
재산이 많은 남자가 미혼일 경우 사람들은 누구나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그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재산이 많은 미혼의 남자를 보며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어서 너무 부럽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눈을 다시 책으로 돌려보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생각은 바로 독자인 나 자신의 편견이다. 이미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기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굳었나보다. 각 인물에 대한 생각에 그들이 보이는 행동, 말 하나하나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한 걸 보면.
편견이란 이처럼 무섭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받은 영향으로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편견의 무서움을 바로 보여준다. 이런 편견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오만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옳다고 여기는 오만함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오만과 편견>은 중간 중간에 삽화가 수록되어 있어서 조금 더 생생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각적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다른 출판사의 책들과 다른 느낌을 들면서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소설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