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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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라는 말이 죄악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자란 내게 거룩한 게으름이라는 말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랬기에 오히려 궁금증은 더했다. 게으름에 ‘거룩한’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거기에 게으름뱅이가 모험을? 제목에서 온갖 역설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이 책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은 전혀 읽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감도 잡을 수 없었지만 책을 펼치면서 묘한 느낌을 받은 건 너구리 가면에 검은 망토를 입은 누군가의 모습 때문이다. 우습기도 하고, 어쩌면 짠해 보이기도 하는 그 모습에 작가는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걸까?

 

가장 먼저 고와다의 대단한 주말 모험 지도를 수록해 소설의 배경인 교토 지역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나 역시 교토는 가 본적이 없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첫 장을 장식한 지도를 자주 뒤적거렸다. 지도 뒤에는 이 책을 이끌어갈 주인공들과 다양한 장소에 대한 간략한 소개 글과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

 

무언가 수상쩍은 폼포코 가면을 쓴 인물과 게으름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고와다의 만남은 생각하지 못했던 모험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마가와, 우라모토 탐정, 5대 등 기묘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소설이 이어진다.

 

한 마디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유형의 소설이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마치 개콘인가 어딘가에서 즐겨봤던 ‘기묘한 이야기’라는 코너에서 느꼈던 그런 재미가 있어서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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